재첩국부터 영광굴비·죽순요리까지, 전라도 사람들이 먹고사는 이야기

높고 푸른 무등산을 품은 도시 광주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중심지이지만, 사방의 풍부한 식재료가 모여드는 집산지이다 보니 막상 "이것이 광주 음식이다!"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전라도의 다채로운 식문화와 깊은 역사적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전라도 사람들이 먹고사는 이야기

1. 전라도의 맛을 품은 광주의 다채로운 음식들

광주의 음식은 남도의 특색을 고스란히 흡수하여 발전했습니다. 닭고기와 소고기를 조화시킨 남도식 보양식부터, 얇게 포를 뜬 민어와 담양의 죽순을 넣어 빚는 만두까지 손이 많이 가고 정성스러운 요리들이 주를 이룹니다.

특히 광주를 대표하는 김치 중 하나인 '반지'는 일반 김치와 달리 국물처럼 마실 수 있도록 싱겁고 담백하게 담그는 것이 특징입니다. 배추 속에 소고기, 새우 등 귀한 재료를 드문드문 넣고 줄기로 묶어 일주일간 숙성시킨 뒤 소고기 밑국물을 부어 한 번 더 발효시키는데, 슴슴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남도 음식의 진수입니다.

2. 섬진강의 선물, 재첩과 강굴

지리산을 거쳐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은 봄이면 상춘객들로 북적이고, 강가 사람들은 봄의 정취를 즐길 새 없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중에서도 모래 바닥에서 '겡이'라는 도구로 건져 올리는 '재첩'은 섬진강을 대표하는 고마운 선물입니다.

알맹이는 작지만 오래 삶아도 흐물해지지 않는 재첩은 부족한 비타민을 채워주는 부추와 함께 끓여내면 해장국으로 그만입니다. 또한, 한국과 일본, 중국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종인 '강굴'은 벚꽃이 핀 것처럼 바위에 하얗게 피어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비릿한 맛이 없어 찌개용 육수나 구이로 즐기면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3. 세월의 지혜가 담긴 영광 굴비와 대나무 고장 담양

칠산 앞바다의 풍성함에서 시작된 영광 법성포의 굴비는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보리를 채워 수분을 조절하던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음식입니다. 바짝 말린 굴비를 쪄서 먹거나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로 만들어 먹던 옛 방식은 입맛 없는 초여름 최고의 밥도둑이 되어 줍니다.

한편,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서는 죽순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가 발달했습니다. 조선시대 대나무 한 그루와 같아 귀하게 여겨졌던 죽순은 조기찜, 나물, 무침 등으로 상에 올랐으며, 종갓집에서는 3년 숙성시킨 왕죽 속에 천일염을 넣어 구운 '주염'을 장맛의 비법으로 사용해 깊은 맛을 더했습니다.

4. 남도의 바다와 들녘이 차려낸 봄의 밥상

봄이 무르익은 남도 바다와 들녘에는 생명이 가득합니다. 여수 앞바다의 갑오징어와 해삼, 전복 등을 꼬치에 꿰어 간장 양념에 조려낸 해물 꼬치부터, 집에서 담근 막걸리 식초로 상큼함을 더한 갑오징어 미나리 무침까지 남도 사람들은 계절의 맛을 멋스럽게 즐겼습니다. 또한 해남의 매서운 해풍을 견뎌내며 땅에 바짝 엎드려 자라 단맛이 강한 '봄초(시금치)'는 국, 나물, 잡채 등 다양한 밥상의 주인공이 됩니다.

영상을 접한 시청자들은 "광주 출신인데 영광에는 볼거리는 없어도 맛부림하러 가볼 만하다", "목포 출신 엄마가 생각난다", "전라도 식재료가 워낙 다양하고 풍부해서 맛없을 수가 없다"라며 남도의 풍성한 먹거리에 깊은 공감과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자연이 내어준 재료에 정성과 지혜를 더해 계절을 온전히 담아내는 전라도의 밥상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든든한 힘이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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